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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색직업 와인 소믈리에를 향한 나의 도전

by 쵸코케이크 2025. 3. 6.


와인 소믈리에는 단순히 와인을 서빙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포도밭의 이야기부터 완성된 와인의 향과 맛까지, 와인에 담긴 모든 이야기를 전달하는 문화 전달자입니다. 오늘은 와인의 매력에 빠져 소믈리에의 꿈을 키우게 된 저의 여정을 나누고자 합니다. 실패와 성공, 좌절과 희망이 교차했던 이 도전의 기록이 같은 꿈을 꾸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와인 소믈리에를 향한 나의 도전
와인 소믈리에를 향한 나의 도전


1. 와인의 매력에 빠지다 소믈리에의 꿈을 꾸게 된 계기

와인과의 첫 만남은 우연히 참석한 친구의 와인 모임에서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와인은 그저 비싸고 어려운 술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경험한 와인의 세계는 제가 알고 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한 잔의 와인 속에 담긴 포도밭의 이야기, 양조자의 철학, 그리고 자연이 빚어낸 미묘한 맛의 변주는 저를 완전히 매료시켰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피노 누아였습니다. 붉은 베리류의 향과 함께 숙성된 가죽 향, 그리고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실크같은 텍스처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와인을 설명하는 소믈리에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시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단순한 음료가 아닌,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틈나는 대로 와인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점에서 와인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 인터넷으로 와인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습니다. 점차 와인의 세계가 얼마나 깊고 방대한지 알게 되었고, 이는 오히려 더 큰 호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각 지역의 특성, 포도 품종의 다양성, 양조 방식의 차이, 빈티지의 중요성 등 새롭게 알게 되는 모든 것들이 흥미진진했습니다.

주말마다 와인 샵을 방문하여 다양한 와인을 접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가격대가 적절한 칠레나 아르헨티나의 와인부터 시작했습니다. 점차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구세계 와인으로 관심을 넓혀갔고, 각 지역의 특징적인 맛과 향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른 특성을 보이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와인을 공부하면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역사였습니다. 각 와인 산지의 기후와 토양은 물론, 그 지역의 음식 문화, 농사 방식, 심지어 종교적 배경까지 알게 되면서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닌 문화의 결정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와인 문화의 역사는 인류 문명의 발전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었습니다.

점차 와인에 대한 관심은 직업적 열정으로 발전했습니다. 단순히 와인을 즐기는 것을 넘어, 와인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그 가치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믈리에라는 직업이 가진 전문성과 예술성, 그리고 서비스 정신은 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2. 체계적인 공부의 시작와인 전문가가 되기 위한 준비

와인에 대한 진지한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체계적인 학습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단순히 와인을 마시고 즐기는 것만으로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와인 아카데미 수강을 결심했고, WSET과정을 시작했습니다.

WSET Level 1부터 시작된 공부는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깊이 있었습니다. 기본적인 와인 서비스와 보관 방법부터 시작해, 포도 품종의 특성, 세계 각국의 와인 법률, 양조 과정의 화학적 원리까지 배워야 했습니다. 특히 테이스팅 수업은 가장 흥미롭고도 어려운 과정이었습니다. 와인의 색깔, 향, 맛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생각보다 큰 도전이었습니다.

이론 공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세계의 주요 와인 산지를 공부하면서 각 지역의 기후, 토양, 지형 등을 상세히 알아야 했습니다.  포도 재배에서부터 양조, 숙성, 병입까지 모든 과정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고, 이는 화학, 생물학, 지리학 등 다양한 학문의 기초 지식을 요구했습니다.

실전 테이스팅 훈련도 게을리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 저녁 최소 3-4종류의 와인을 테이스팅하며 일지를 작성했습니다. 와인의 색조와 투명도, 향의 강도와 특성, 당도와 산도, 타닌의 질감, 알코올 함량, 바디감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기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후각과 미각의 감각이 점차 예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언어 공부도 병행해야 했습니다.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어는 물론, 이탈리아어와 스페인어도 기본적인 용어는 익혀야 했습니다. 와인 라벨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물론, 각 나라의 와인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언어 공부는 필수적이었습니다. 전문 서적이나 와인 저널의 대부분이 영어로 되어 있어, 영어 실력도 크게 향상시켜야 했습니다.

재배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농업 기초 지식도 공부했습니다. 포도나무의 생육 주기, 토양의 특성, 기후가 포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이해하는 것은 와인의 품질을 평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가 와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 소믈리에에게 필수적인 지식이 되었습니다.


3. 실전 경험 쌓기시음회와 와이너리 탐방

이론 공부와 함께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은 소믈리에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습니다. 저는 가능한 모든 와인 시음회와 세미나에 참석하려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참가자로 시작했지만, 점차 시음회 준비를 돕고 와인을 설명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와인에 대한 지식을 실제로 적용하고 검증하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프랑스 와인 전문 수입사가 주최한 버티컬 테이스팅이었습니다. 같은 샤토의 와인을 빈티지별로 비교하며 시음하는 경험은 매우 특별했습니다.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와인을 한자리에서 맛보며, 시간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각 빈티지의 특성과 숙성 과정에서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은 교과서로는 배울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와이너리 방문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휴가를 이용해 프랑스 보르도와 부르고뉴,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역의 와이너리를 방문했습니다. 포도밭을 직접 걸으며 토양을 만져보고, 포도나무의 상태를 관찰하고, 양조장에서 발효와 숙성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각 와이너리의 철학과 전통을 직접 듣고 배우면서, 와인에 담긴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현지 와인메이커들과의 대화도 값진 배움의 기회였습니다. 그들의 경험담과 노하우, 그리고 와인에 대한 철학은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귀중한 지식이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이루는 방식 등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은 큰 통찰을 주었습니다.

레스토랑에서의 인턴십도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와인 리스트 관리, 고객 응대, 와인 서비스의 기술 등 실무적인 스킬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를 이해하고, 적절한 와인을 추천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까다로운 고객을 응대하며 겪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 또한 소중한 학습 경험이었습니다.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셰프들과 협력하여 다양한 요리와 와인의 조합을 실험해보았습니다. 음식의 맛과 향, 텍스처가 와인과 만나 만들어내는 시너지를 연구하면서, 완벽한 페어링의 비밀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규칙을 암기하는 것이 아닌, 끊임없는 실험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였습니다.
소믈리에 자격증 도전과 미래 계획

이론 공부와 실전 경험을 쌓은 후, 드디어 공인 소믈리에 자격증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소믈리에 협회의 자격증 시험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까다로웠습니다. 필기시험에서는 와인의 역사부터 현대 와인 산업의 트렌드까지, 방대한 이론 지식을 평가받았습니다. 실기시험에서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통한 와인 감별능력, 디캔팅과 서비스 스킬, 그리고 고객 응대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되었습니다.

특히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와인의 외관, 향, 맛을 정확히 분석하여 품종, 생산 지역, 빈티지까지 추측해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매일 다른 와인을 테이스팅하며 감각을 훈련했고, 테이스팅 노트를 꼼꼼히 작성하며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실수와 실패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한 걸음씩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자격증 취득 후에도 공부는 계속되었습니다. 국제 소믈리에 협회의 자격증을 목표로 더 깊이 있는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와인법과 규정, 새롭게 등장하는 와인 산지, 기후변화가 와인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했습니다. 또한 사케, 맥주, 증류주 등 다른 주류에 대한 지식도 넓혀가야 했습니다.

미래의 계획도 차근차근 세워나갔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로서의 경력을 쌓는 것입니다. 고객들과 직접 소통하며 실전 경험을 쌓고, 와인 리스트 구성과 재고 관리 등 실무적인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합니다. 중기적으로는 해외 유명 와이너리에서의 인턴십을 통해 양조 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제가 쌓은 경험과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목표입니다. 와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후배 소믈리에들을 양성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한국의 와인 문화 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와인을 어렵고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더불어 지속가능한 와인 산업의 발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기농 와인, 바이오다이나믹 와인 등 환경 친화적인 와인 생산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고객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 시대에 와인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도 현대 소믈리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이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매 순간이 배움의 기회였고 성장의 과정이었습니다. 와인이라는 매력적인 세계는 아직도 제가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며, 진정한 와인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꿈꾸는 소믈리에로서의 미래입니다.